트위터와 함께한 2022년 회고.
— 회고, 엔지니어, 매니저, 트위터 — 31 min read
“어떻게 회고글 제목에 트위터가 들어가요?”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2022년은 트위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해였다. 그만큼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한 해였고, 그들로 말미암아 마음의 세계를 확장하는 한 해였다.
원래 회고도 (개인)목표도 잘 작성하는 편은 아니지만, 2022년은 워낙 굵직한 일들이 많았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2023년의 목표 중 하나로 기억하기보다는 기록하기를 실천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록을 남겨 놓는다. (기록하기 실천의 일환으로 이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이번 회고는 2022년 한 해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크게 인상 깊었던 세 가지 키워드로 돌아보려고 한다. 조직, 모임, 그리고 연애. 회사 얘기는 별도로 하면 좋을 것 같아 이번 글에서는 최소화 하고 얘기해보려고 한다.
조직
팀장이 되어서
회사 얘기는 최소화 하려고 했지만, 회사 얘기 없이는 2022년을 설명하기 어렵긴 하다. 2021년에 팀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배워가기 시작했다면, 2022년엔 내가 다시 팀장이 되면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 팀을 조직하고, 팀원들이 함께 일하게 함으로써 1+1이 2가 아니라 10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한 해였다.
2022년 6월, 프로덕트개발팀장이었던 전임 팀장이 퇴사를 했다. 이미 3월부터 5월까지 4명이나 팀을 빠져나간 상태라 인원이 8명 규모까지 줄어 있는 상태였는데, 여기에 리더까지 사라지게 되니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도 퇴사한 사람 중에는 리더로서의 나에 대해 신뢰를 못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반대로 새로 입사한 사람 중에는 나를 보고 입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2021년 한 해 동안 팀으로 일하는 법을 열심히 익혔었고, 나름 기술 리드로서 신뢰도 쌓은 상태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새롭게 출범하는 프로덕트팀의 팀장이 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5월에 입사하신 시니어 개발자 한준님이 큰 힘이 되어주셨다. 기술적인 고민을 함께 해주셨고, 또 개발자로 입사하셨지만 PO로 직무를 전환하셔서 리얼월드 앱이 갖춰가야 할 세부적인 기획들을 고민해주셨다. 한준님 없이 혼자 이 조직을 구성하려고 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6월에 회사 이사가 있었는데, 이후 2명이 더 퇴사하고 무려 9명이 더 입사해서 총 15명의 조직이 되었다. 8명이 넘어서는 시점부터 한 팀으로 일하기엔 너무 커졌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팀장이 되면서 이미 파트라는 목적 조직 단위로 프로덕트팀의 하위 조직을 만들었었는데, 당시 우리 팀의 상황으로는 파트 체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능 조직인 챕터 단위로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원래 챕터라는 조직을 만든 건 현재 우리 팀의 구성이 대부분 주니어이고, 업무를 동기화 한다는 동기가 약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주니어이기 때문에 혼자 일을 처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성장할 필요가 있었고, 특히 조금이라도 경험이 더 있는 사람에게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조직적인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우리 팀은 한 번 만들고 끝인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살아 숨쉬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이기 때문에 기술 부채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필요한 게 같은 직군 내에서의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항상 동기화 함으로써 나중에 다른 사람이 작업을 하게 되더라도 작업 맥락을 찾기 쉽게 하고 싶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챕터는 현재 3명~5명 정도의 크기로 운영 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스터디도 기획 해서 하고 있고, 코드리뷰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자도 생겼고, 챕터 구성원들끼리 회식도 하며 친분을 쌓고 있다. 내 조직 안에서 다른 조직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한 시간이었다.
조직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른 포스트로 풀고 싶다. 그만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팀장 초기에는 꽤 머리 아팠었다. 비즈니스 챌린지와 조직에 대한 챌린지들이 몰려들면서 쉽지 않은 하반기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잘 풀어내면서 2023년이 되었고, 그래도 나쁘지 않은 피드백을 받고 있는 팀장이 되었다.
아, 아직 우리 회사에는 공식적인 상향평가 제도가 없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상향평가 폼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Chat GPT를 사용했다. Chat GPT에게 “우리 팀은 제품 팀이고, 15명 규모인데, 팀장 상향평가를 진행하려고 한다.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와 같은 입력을 넣었고, 꽤 쓸만한 질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질문지를 받아본 한준님도 이게 Chat GPT가 만든거라는 걸 듣고 깜짝 놀라셨을 정도로 말이다.
같이의 가치
2021년말, “내 트리를 꾸며줘!”의 성공으로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그런 성공이 어떻게 느껴졌냐고 물어보면 항상 하던 얘기가 “같이의 가치를 느꼈다”는 말인데,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항상 혼자서 이것저것 시도하던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성공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나 홀로 대단한 걸 이룰 수는 없다고.
내가 생각치도 못했던 걸 다른 사람들은 생각해내고, 내가 놓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 었다. 나는 나대로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이 꼭 필요한 역할들을 해냈다. 함께 했을 때, 단순히 같이 한 게 아니라 서로를 믿는 팀으로 함께 했을 때, 1+1이 2가 아니라 10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말 뼈아프게 느꼈다. 왜 아프냐면 여태까지 혼자 다 하려고 끙끙댔던 시간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향으로 2022년을 살았던 것 같다.
같이의 가치는 회사에서도 절절히 느꼈다. 위에서 언급한 한준님도 그렇지만, 특별히 현우님과 수하님의 존재가 그랬다. 내가 정말 ENFP 중에서도 P가 강력한 사람인데, 두 사람은 J가 강력한 사람들이라 성향상으로는 나와 완전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상대의 성향을 서로의 장점으로 받아들이니 불완전한 나, 불완전한 팀을 더 완전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꼼꼼히 못 챙기는 부분들을 두 사람이 잘 챙겨주었고, 팀 내에서 각 구성원들의 분위기도 잘 감지하고 나한테 얘기해주었다. 그들이 말한 것들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팀 운영에서의 새로운 시각이 되어주었다.
다음 키워드인 모임에서도 같이의 가치는 유효했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모임
2022년은 정말 재밌는 한 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개인으로서는 나름 굵직한 행사를 세 개나 열었다. 6월 초에는 24명 규모의 생일파티를 했고, 9월에는 90명 규모의 개발자 행사를 개최했으며, 12월에는 조촐하게(?) 16명이서 연말 파티를 열었다. 행사 성격도 다 다르고 규모도 다 달라서 행사 여는 재미가 있었다.
생일 파티
2월 16일, 코로나가 끝나면(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 되면) “기깔나게” 생파를 하고 싶다는 트윗을 올렸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진짜 기깔나게 했다…ㅎㅎ 연예인도 아닌데 생일 주인공이라고 이상한(?) 요구사항들 맞춰주시고 같이 놀아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다같이 재밌게 즐겨주셔서 행사를 준비한 사람으로서 행복했다.
생일파티를 준비하면서 장소도 찾아보고 케이터링도 찾아보고 은근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수많은 선택지 중에 내 상황에 딱 맞는 곳을 찾는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장소를 찾을 때에는 일단 20명이 넘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너무 불편하지 않게 공간 분리가 어느정도 되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대학교 MT간 것 마냥 술을 많이 마시고도 편하게 부끄럼 없이 뻗어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다. 정말 수십 수백개의 공간을 본 것 같은데, 딱 한 군데,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이곳을 택했다.
음식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평소 맛있는 음식 사진을 많이 올려서 트친분들의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거라 예상했었고, 그렇기에 처음부터 출장뷔페를 고민했었다. 그러나 인당 식사 비용이 인당 참가 비용을 상회해서 가격이 정말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다른 대안들도 많이 찾아봤다. 요즘엔 푸드박스라고, 그냥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형태의 케이터링도 많이 있는듯 했다. 유명 웨딩홀의 뷔페를 담았다는 푸드박스도 있었고, 그래서 그냥 푸드박스를 퀵으로 배송 받을까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금 무리 해서 출장뷔페를 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출장뷔페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좋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식은 음식을 내어주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출장뷔페는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모두가 음식에 만족했었다. 꽃 장식 같은 것도 세트로 다 해주셨다. 정말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생일파티에 대한 모두의 기억에서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
생일파티 준비한다고 홈페이지도 만들었었다. 생일파티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굿즈를 준비하고 싶었는데, 맞춤 굿즈를 제작할 양식도 담고 있었고, 생일파티장까지 오는 길 안내도 있었다. 이거 하는데 백엔드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아서 노션 DB를 하나 만들고 integrately를 붙여서 양식 작성하면 노션 DB에 쌓이도록 처리해두었다. 요즘 개발 환경 정말 좋아졌다ㅎㅎ
내가 굳이 생일파티를 열었던 이유는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그냥 나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해서였다. 그게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게 뿌듯하니 벅찬 기분이었다. 생일파티를 열면서 부모님을 비롯해 후원해주신 참가자분들 그리고 후원사(…) 대표님들께 정말 감사했다. 덕분에 이 무리수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엑셀콘
올 2월, 마장동에 엑셀플레이스라는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엑셀플레이스 대표님 트위터로 소식을 접했는데, Whisky & Beef Bar라니, 원래 고기를 좋아하는 데다가 당시 위스키에 빠져 있던 나에게는 천국 같아 보이는 음식점이었다.
가오픈 기간을 비롯해서 9월 초까지 15번을 넘게 갔었다. 거의 한 달에 최소 두 번 간 셈. 스테이크가 정말 말도 안되게 부드럽고 맛있었으며, 각종 요리들도 거를 타선이 없었다. LA립 스테이크와 마장 라구 파스타는 일단 필수로 시키는 조합. 심지어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니 자주 갈 수 밖에. 오죽 자주 갔으 면 나와 몇 번 같이 갔던 친구가 거기서 사진을 찍으면 내 집이라고 인식을 한다고 할 정도였다. 여전히 어떻게 ‘내’ 집이라고 인식 하는지는 미스테리지만…
아무튼 어느날 이 엑셀플레이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엑셀플레이스 대표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이미 DM도 많이 주고 받았고 몇번 뵌 적도 있어서 친숙했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엑셀플레이스에서 개발자 행사를 열어보시겠어요?”
원래 생일파티도 여기서 할까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 이 제안이 너무 솔깃했고 정말 단번에 수락했다.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는데, 자세한 얘기는 별도의 포스팅: 2022 첫번째 엑셀콘 회고로 남기려고 한다.
엑셀콘은 9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했었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개발자 행사가 참 없었는데, 그 때문에 열리는 행사마다 인기가 많았고, 엑셀콘도 그래서 인기가 참 많았다. 물론 대표님께서 신경써주신 덕분에 참가비를 고스란히 엑셀플레이스 선불카드로 돌려받는데에다가 럭키드로우 추첨 상품으로 글렌피딕 그랑크루(…)를 걸어두셔서 더 인기가 있었을지도.
처음 행사 개최 제안을 수락하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됐다. 수요조사를 하고, 날짜를 픽스하고, festa.io 에 이벤트를 추가했으며, 디자인 시안들도 검토하고 대망의 홈페이지도 만들었다.(홈페이지 만드는 게 정말 힘들었다) 준비하는 기간 내내 잠도 줄고 힘들긴 했지만, 정말 성공적인 행사였다. 참여자 모두 네트워킹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발표 내용들도 알찼다. 특히 주니어나 여성 발표자분들께 기회를 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점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뻤다.
행사 결과도 좋았지만, 같이 행사를 준비하며 맘이 잘 맞는 친구를 얻게 된 것도 좋았다. 엑셀콘 준비단에 디자이너로 참여한 슬기찡이 그 친구인데,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인상깊었다. 문제해결이라는 디자인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고 그 본질에 집중해서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의견을 물어보며 요구사항을 수집했었다.
이러한 슬기찡의 스타일을 보며 앞으로 같이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백엔드 개발자로 전직을 하고 싶다고 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코딩연합을 같이 만들자고 제안을 했었다. 같이 피그잼으로 한참 아이데이션을 했었는데, 첫 시도로 주간 근황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지금 조금씩 사람을 늘려서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슬기찡이랑은 백엔드 강의도 찍고 있다. 나름 참신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서 둘이 함께 대화하듯 풀어나가는 형태로 찍고 있다. 한 편 한 편 만드는 데에 품이 많이 들어서 좀 고민 되긴 하는데, 지금까지의 피드백은 좋은 편이었다. 2023년에는 어서 나머지를 다 완성할 수 있기를!
미리크리스마스 파티
생일파티와 엑셀콘을 열고 나니 좀 더 캐주얼하면서도 주인공 없이 그냥 다같이 놀 수 있는 파티를 열고 싶었다. 이번에도 트위터에서 내가 편한, 그리고 서로 편할 사람을 모으고 장소를 물색했는데, 역시 연말 파티 장소 물색은 정말 어려웠다. 다들 너무 비싸거나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완벽히 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장소를 찾아서 예약했다 - 당일 방문해보니 장소는 꽤 괜찮았다.
그리고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다 - 엑셀플레이스 대표님이다. 항상 가게 사장님 대 손님이나 같이 행사 준비하는 사람으로서만 만났어서 이번에는 같이 놀기 위해 함께해보고 싶었다. 오셔서 말씀을 그렇게 많이 하시진 않으셨지만 분위기에 잘 융화 되어서 여러 이벤트를 함께 즐기셨다. 아마 대표님께도 나름 신선한(?) 분위기의 파티가 아니었을까?ㅎㅎ
이번에는 생일파티 처럼 음식을 준비하느라 너무 힘 빼고 싶지는 않았다. 가볍게 가져가고 싶어서 피자와 치킨 정도를 생각했으나… 또 엑셀플레이스 대표님 오시는데 엑셀플레이스 고기를 안 먹을 수 없어서 마침 매장에서 파는 걸 온라인(엑셀마켓 스마트스토어)으로 판매 시작하신 김에 그 고기를 먹기로 했다. 근데 또 그 고기 먹으려면 조리 기구도 필요하니 집에서 인덕션이랑 수비드 머신/수조 세트를 들고 갔다(…) 결국 또 힘 빼게 된 셈. 그래도 덕분에 풍족한 파티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장비를 들고갔고 요리는 엑셀플레이스 대표님과 조은님, 슬기님이 다 하셨다. 나중에 감사하게도 설거지까지 해주셨는데, 덕분에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고 갈 수 있었다.
위는 너무 마음에 들게 나온 단체 사진. 카메라 안 보고 계신 건 컨셉이다(…). 미니 포토 프린터까지 들고 가서 즉석으로 사진을 뽑아드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2022년 사람들과 함께 한 걸 많이 뽑아보려고 포토프린터를 샀는데, 막상 11월 12월에 너무 바빠서 제대로 활용을 못 했다. 늦게나마 많이 뽑아 봐야지.
연애
2022년 이야기 중에 연애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연애를 했느니 헤어졌느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연애에 관해서 평소에 비해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다. 20살때부터 길고 짧은 연애들을 해오다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동안 애인이 없는 상태로 지내면서 혼자의 시간을 많이 즐겼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들을 자주 만났었고, 생각이 더 확장 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도 호감을 가졌거나, 꽤 열렬히(…)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의 정도와 그 사람과 연애를 하고싶어 하는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게 이제 2022년 들어서 내 마음의 기준을 나도 모르겠는 상황이 되니까 고민이 많아졌다. 내 마음이 나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는 기분. 여러 관계가 생기고 흐려지고 반복할수록 내 마음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고, 2022년 초 약 100일가량의 연애를 하고 나서 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반년 조금 안되는 기간동안 연애중인데, 이번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좀 정리 되었다. 아마 일반적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애에 대한 생각이랑은 좀 다를 것 같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은 내 마음의 작동 방식도 스스로 이해하게 되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트러블이 있을 때 열린 마음으로 잘 조율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
마무리, 그리고 2023년
이 블로그 글 하나로 담기엔 내 2022년이 너무 다이나믹했다. 워낙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월별로 정리를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좀 든다. 여담인데, 사건을 월별로 정리하기에 구글포토만한 게 없다. 폰에서 찍은 모든 사진을 구글포토에 백업하고 있는데, 시간순으로 잘 보여주고 시각적으로 확인하기에도 좋다. 한번씩 들어가서 보면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즐겁다.
2023년의 나는 세는 나이로 서른이다.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라고 이렇게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일들이 많았나 싶다. 덕분에 자신있고 든든하게 한 해, 그리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올해도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데, 기대 세 큰술과 설렘 두 큰술, 두려움 한 작은술 정도 넣고 조금씩 맛보고 있다. 하고싶은 게 너무 많고 이루고싶은 게 너무 많다. 나와 기꺼이 함께해줄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라서 행복한 시작이다.